녹색친환경신문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광우병 사태

광우병보다 정부를 믿는 게 더 두려운 국민들

정부는 미국에서 재발한 광우병과 관련, 당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대신 검역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하지만 이는 2008년 미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 시위 직후 정부가 "광우병이 재발하면 일단 수입 중단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대응이다.

한국 소비자의 신뢰 회복 실패로 돌아가나…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함에 따라 우리 정부에 수입확대를 요구해 왔던 미국 정부의 입장이 머쓱해졌다.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출'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추가 개방은 쉽지 않게 됐다. 25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양국 정부가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모든 월령의 쇠고기를 수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실제로는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민간자율'이다. 소비자들의 불안을 의식한 한국 수입업자와 미국 수출업자들이 자율적으로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고 있는 것. 정부는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경우 30개월 령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 하겠다"고 미국 측에 약속했다. 미국은 광우병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자 우리 정부에 '약속대로' 쇠고기 수입 확대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광우병이 재발함에 따라 당분간 시장 완전 개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전제로 30개월 령 이상으로 수입을 확대'키로 했지만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의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홈플러스가 소비자 불안을 고려해 이날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키로 했고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한우협회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했다. 한우협회는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 쇠고기 시장 전면개방, 즉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개방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광우병이 발생한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강력한 수입위생조건의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는 별개의 문제"라며 "미국이 요구하더라도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수입을)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무서운 미친 소 병
광우병은 소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전염성 뇌질환의 하나다. 의학적인 명칭은 우해면양뇌증(牛海綿樣腦症)으로, 소의 뇌 조직에 마치 스펀지와 같은 작은 구멍이 생기면서 조직이 흐물흐물해지는 병이다. 소가 이 병에 걸리면 방향감각을 잃고 미친 것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일명 광우병(mad cow disease)이라 부른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전신이 마비되고 시력이 상실되며 결국은 죽음에 이른다.
광우병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게서 정상적으로 발견되는 프리온(prion)이란 단백질이 변형되어 발생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변형 프리온이 뇌 조직에 침투하면서 뇌에 구멍을 만드는데 이로 인해 뇌 기능이 마비되며 또한 변형된 프리온을 기하급수적으로 생성한다. 소에게 발생하는 변형 프리온은 양에게 양고기 사료를 주어 생긴 '스크래피병'이 소에게 옮겨가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광우병은 유전되지 않는다.
광우병을 앓고 있는 소를 사람이 섭취할 때 인간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1986년 영국과학자들이 처음으로 확인했고 1996년과 2001년 초 인간광우병이 유럽에서 대규모로 발생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11년 11월 말 독일에서 수입된 뇌경막 조직 중 변형된 프리온에 감염된 조직을 이식받아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감염된 환자가 최초로 발생했다.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소 수입을 중단한다고만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를 도살한 후 털을 비롯한 모든 부산물들을 산업재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다고 해도 모든 위험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 약의 캡슐을 만드는 젤라틴 성분은 거의 모두 소의 부산물에서 추출해 만든 것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의 내장과 뼈 등을 우려서 먹는 '음식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지면서 철저한 검역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산 소고기 판매량 줄어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젖소의 광우병 발병 소식이 지난 24일 전해진 이후 경남 지역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미국산 소의 광우병 탓에 당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했지만, 우리 정부는 검역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쇠고기 수입 중단 등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다.
대형마트, 고기백화점 등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혹시 모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도내 대형마트는 미국산 쇠고기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졌고,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 곳도 생겼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비율이 전체 쇠고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번 광우병 발병으로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대폭 줄었다.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호주산 쇠고기 가격과 비슷해, 미국산 쇠고기를 찾던 이들은 호주산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4일 미국산 소의 광우병 발병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매장에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폐기 처분했다. 이후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6·27일 양일간 매출을 지난주와 비교했을 때 미국산 쇠고기가 40%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체 쇠고기 매출은 한우 60%, 호주산 25%, 미국산 15%가량이었다. 그런데 전주 대비했을 때 미국산 쇠고기가 감소했고, 호주산이 10% 더 신장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한우는 큰 영향이 없고, 돼지고기가 전주 목· 금요일 비교했을 때 22% 신장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육류를 판매하는 고기백화점은 애초 미국산 쇠고기 비중이 크지 않아, 매출에 큰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외식업체들도 미국산 쇠고기 거부
외식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연이어 밝혔다. 행여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튈까 두려워 발 빠르게 불안감 차단에 나선 것이다. 패스트푸드 전문점 버거킹은 지난달 30일 “버거킹에서 사용하는 쇠고기는 100% 호주와 뉴질랜드산 청정우”라고 밝혔다. 한국 버거킹 관계자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광우병이 한 번도 발생한 적 없는 청정국으로, 버거킹은 이 두 국가에서 엄격한 규제에 맞춰 검사된 쇠고기만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버거킹은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쇠고기 원산지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라고 전했다. 버거킹은 이 같은 내용을 매장 내 메뉴판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고지하고 있다.
버거킹보다 하루 앞서 롯데리아도 쇠고기 패티가 들어간 버거는 한우와 호주산 청정우만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매장에서 사용중인 호주 청정우는 호주축산공사가 2002년부터 고유 마크를 붙여 품질을 보증하고 있는 쇠고기”라고 강조했다. 또 ‘한우불고기버거’나 ‘한우레이디버거’에는 농협에서 직접 공급받고, 국가공인 기관에서 DNA 판정을 받은 한우만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리아는 지난달 29일부터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고, 전국 1000여개 매장에 호주 청정우 사용 고지물을 부착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사 사용 쇠고기의 안정성을 알릴 계획이다.
외식업체들이 이처럼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이 매출 저하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자칫하면 쇠고기 사용 메뉴 전반에 대한 외면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 중소형 유통마트 2곳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하 특사경)은 도내 유통마트 23곳에서 '한우불고기'로 판매 중인 쇠고기를 수거, 축산위생연구소에 한우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수입산으로 판명된 업체 2곳을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적발된 업체는 수원시 소재 M마트와 광명시 소재 J마트다. M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산 쇠고기 450㎏을 국산한우로 둔갑시켰고, J마트는 호주산 쇠고기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했다.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이와 별도로 행정처분도 받는다. 특사경은 최근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으로 국민들의 불안이 고조되는 만큼 원산지 거짓표시 행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광우병 민관 현지 조사단
한국으로 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구성된 민관 현지조사단이 30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 조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워싱턴DC로 입국한 조사단은 다음달 1일 농무부 등을 방문한다. 이들 조사단은 존 클리포드 수석수의관(CVO) 등 미국 측 검역당국자 및 전문가들과 소 해면상뇌증(BSE·일명 광우병) 진단 방식, 현장조사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또 문제의 광우병 젖소가 사육된 캘리포니아주를 직접 방문, 사료공장, 도축장 등을 둘러보고 현지 관계자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관리 실태를 평가할 계획이다. 주이석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질병방역부장을 단장으로 한 조사단은 모두 8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사태` 이후 주미대사관에 파견된 검역관도 현지 조사에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 단장은 이날 덜레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 정부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을 정확하게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그 외에도 필요한 게 있으면 더 조사할 예정"이라면서 "국민의 의혹을 풀어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
광우병 문제가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리서치기업 ‘두잇서베이(대표 최종기)’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20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138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이 다시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현상’때문이라는 응답이 38.6%로 가장 많았다. ‘국민의 요구 때문’이라는 답변이 14.4%로 뒤를 이었고 ‘언론의 여론화’도 13.9%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번 광우병 발생과 관련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2.9%가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고 이보다 3.8%포인트 적은 응답자(39.1%)가 검역 강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4.3%에 그쳤다.
또 ‘평소 어느 나라의 쇠고기를 주로 구입하나’란 질문에는 국내산, 호주산, 미국산이 각각 51.2%, 34.6%, 9%를 기록했다.

정부는 어느 나라의 정부인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광우병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문 상임고문은 1일 트위터에 “광우병 민관합동조사단이 출국했는데,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적을 밝혔군요. 광우병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니, 꼭 미국정부의 입장 같네요”라고 썼다.
그는 또 “광우병 민간합동조사단이 미국 가서 철저히 조사하는데 한 달 이상 걸린다는 거죠? 그렇다면 조사 결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인될 때까지는 우선 수입 또는 검역중단 해야 사리에 맞지요. 수입과 검역을 계속 하면서 의혹을 해소하겠다니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르겠네요”라고 비판했다.

취재_최지영 기자